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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망각, 지속: 윤유진의 예술 세계 탐구

‘Triangle of Duration’: 윤유진 작가의 광명시데뷔전을 보고

​신보현

 윤유진 작가의 데뷔전 ‘Triangle of Duration’은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심도 있는 철학적 탐구를 드러내는 전시로, 광명 지역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번 전시는 윤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시간, 기억, 변화의 주제를 기반으로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윤유진 작품 철학과 작업 방식
 
윤유진 작가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변화의 본질에 천착하는 작업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에서 비롯된 시간성과 존재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이데거는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성을 중심으로 인간 경험을 해석했으며(Das Sein ist Zeit.- 존재는 시간이다). 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시간성에 예술적 형상화로 구현된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하이데거의 개념 중 ‘현존재(Dasein)’와 ‘세계-내-존재(Being-in-the-world, In-der-Welt-sein)’는 윤 작가의 기억과 망각을 다루는 방식에서 두드러진다. 윤 작가는 인간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며, 이를 통해 존재의 불안과 균형을 표현한다,
또한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차이와 반복(Différence et Répétition, 1968)는 윤유진 작가의 조형적 접근 방식을 설명하는 데 배경이 된다. 들뢰즈는 반복을 단순히 동일한 행위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 과정으로 보았다(La répétition n’est pas l’identique, mais la création de différence’- 반복은 동일한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다). 윤 작가의 작업에서 삼각형의 기하학적 반복과 변주는 관객이 각 작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반복은 시간과 공간의 다층적 구조를 형성하며, 관객에게 기어고가 망각의 역동성을 체험하게 한다.
윤 작가는 또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지속(durée)’ 개념에 깊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윤유진 박사논문, 2019). 베르그송은 시간의 흐름을 단순한 양적 측정이 아닌 질적 경험으로 바라보았으며(‘La durée est la qualité du changement’- 지속은 변화의 질적 속성이다). 기억과 변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이 유지된다고 설명하였다(‘L’Évolution Créatrice 창조적 진화‘,1907), 윤유진 작가는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기억이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작품을 통해 구현해왔다. 그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반복적이고 역동적인 기하학적 요소는, 시간의 흐름과 지속 속에서 변화와 기억의 역할을 탐구하는 시각적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Triangle of Duration’ 분석
 
이번 전시 ‘Triangle of Duration’은 윤유진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시간과 기억을 주제로 하며 관객과의 교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세 가지 주요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1) 기억과 지속: 과거의 기억을 투영한 유화 작품들이 전시되었으며, 각각의 색감과 기하학적 패턴은 기억의 조각을 형상화하였다. 이 섹션에서 하이데거의 시간성과 들뢰즈의 반복의 개념이 교차한다. 윤 작가는 기억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현재의 경험과 얽히는지를 탐구할 수 있다.
 
2) 망각의 아름다움: 아크릴 작품과 조형물 설치를 통해 망각의 순간과 그 중요성이 시각화되었다. 윤 작가는 망각이 새로운 기억이 자리를 잡을 공간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삶의 연속성이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하이데거의 ‘망각’ 개념이 여기서 작용하며(‘Vergessenheit schafft Raum für Neues’- 망각은 새로운 것을 위한 공간을 창조한다). 존재가 망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들뢰즈의 차이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3) 상호작용과 변화: 관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작품의 일부분이 되는 설치작업들이 포함되었다. 이 섹션은 작품과 관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간이 개별적으로 어떻게 체험되는지를 탐구하였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조형물과 빛의 패턴은 시간을 개인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윤 작가의 작업이 가진 상호작용의 힘을 극대화하였다. 이는 하이데거의 세계-내-존재의 개념과 들뢰즈의 창조적 반복, 그리고 베르그송의 지속 개념을 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객과의 소통: 새로운 예술적 접근
 
윤유진 작가는 ‘작품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완성된다’ 고 이야기한다(INTERACTION과 지속의 미학-윤유진 작가노트, 2024). 이번 전시에서도 그녀는 작품의 세밀한 디테일과 열정을 관객이 느끼도록 유도하며, 직접적인 메시지보다는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소통하려 하였다. 이는 하이데거가 제안한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방식과도 연결된다(‘Die Wahrheit des Seins zeigt sich in der Zeit’- 존재의 진리는 시간 속에서 드러난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시간성과 존재를 재발견하며, 들뢰즈의 이론과 베르그송의 사유에 따라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과 상호작용한다.
 
윤유진 작가에 대한 기대
 
윤유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학문적 깊이와 독창적인 예술적 접근은 현대 미술계에서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그녀의 작업이 공공 미술 또는 국제 비엔날레와 같은 더 큰 플랫폼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윤 작가의 작품 세계는 표현과 예술, 그리고 철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데 있어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이 공공 공간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관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통해 현대 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Triangle of Duration’은 관객에게 시간, 기억,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윤유진 작가의 예술적 탐구와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로 평가된다. 이 전시는 단순한 예술 감상이 아닌, 작가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상호작용의 장으로서 현대 미술의 가능성을 확장하였다.
이번 전시는 윤유진 작가가 가진 독창적인 시각과 철학적 깊이를 통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현대 미술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윤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관객의 내면적 탐구와 성찰을 자극하는 예술적 힘을 보여준다. 이는관객이 단순한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가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Triangle of Duration’은 윤유진 작가의 예술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작점이자,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전시로 자리 잡았음을 확신한다.
하이데거가 말한 ‘Das Sein ist Zeit.’(존재는 시간이다)‘, 들뢰즈의 ’La répétition n’est pas l’identique, mais la création de différence. (반복은 동일한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베르그송의 ‘La durée est la qualité du changement. (지속은 변화의 질적 속성이다)’는 윤유진 작가의 작업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철학적 토대 위에서 그녀는 관객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창조하며 현대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윤유진 작가의 예술적 비전이 더욱 깊어지고, 다가올 작품에서도 이러한 철학적 탐구가 지속되기를 응원한다. 
 
*표기법은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따랐음. 변형 시 상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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